충북 괴산 도명산 650m
주말산행코스| 충청도의 산] 도명산 650m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산 아래 화양구곡에 10km의 아름다운 산책로 있어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길목, 계절과 상관없이 산이 그리워 견딜 수 없을 땐 다른 방법이 없다.
주중의 조용한 한낮, 잘 꾸며진 국립공원 탐방로를 걷는 몸과 마음이 모처럼 하늘을 날 것처럼 가볍다.
- ▲ 일망무제가 펼쳐지는 도명산 정상.
-
언제였던가, 해독이 어려운 난해한 시집 한 권을 저기서 다 읽어낸 기억을 하는 동안 화양3교에 이른다.
-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편으로 도명산 2.8km 이정표가 보인다.
-
화양동주차장에서 화양3교까지 화양동의 절경을 만끽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워밍업은 충분하다.
-
오늘 산행은 화양3교를 들머리로, 학소대를 날머리로 잡았다.
-
산행거리는 약 6.5km, 짧은 코스이긴 하나 산행의 묘미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다.
-
화양구곡의 3산(가령, 낙영, 도명)을 묶어 충북자연학습원을 들머리로 가령산과 낙영산에 이어
-
도명산(13.5km)으로 내려오는 코스 역시 굽이굽이 탄성을 자아내는 환상의 코스이긴 하나 초심자에겐 다소 무리다.
들머리의 데크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긴 여름 끝에 만나는 추색이 반갑다. -
지난여름은 참 길고 지루했다. 어쩌자고 비는 그렇게 오던지.
-
첨성대를 지나 점차 휘모리 장단 가락 같은 길이 이어진다. 1
-
0여 분 가파른 경사의 숲길을 올랐을까 싶은데 하마 저 아래 길게 드리운 화양구곡의 자태와 함께 채운사와 암서재가 한눈에 조망된다.
-
길은 푹신한 흙길이다가 너덜겅이다가 가벼운 암릉구간의 철제계단을 지난다.
-
친절하게 이름표를 단 나무들과 적당한 위치에 세워진 이정표로 인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
혼자 뒤늦게 따라붙은 윤태동씨가 합류하면서 산행은 더욱 활기를 띤다.
- ▲ 송림의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참나무 숲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 ▲ 화양구곡을 가로지른 학소대교.
-
고도가 높아지고 경사가 가팔라지긴 하나 정겨운 숲길과 적절한 간격에서 만나는 너럭바위들,
-
암봉에서의 훌륭한 조망과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소나무 분재 전시장 같은 풍경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
노송의 나뭇가지 사이로 동편 낙영산의 길게 누운 흰 암반이 눈부시고 산 아래 계류를 조망하는 호사로 마냥 즐겁다.
-
엄살 심한 초심자라도 한 방에 매료당할 리드미컬한 산이다.
-
너덜겅길이 송림 속 안부로 이어진다. 안부에는 유난히 돌출한 바위가 있다.
-
한가운데를 파서 돌절구로 사용한 듯 보여 그 옆에 자그마한 토굴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한다.
안부를 지나고 나면 도명산 동편의 낙영산 절경이 유감없이 펼쳐져 또 한 번 걸음을 멈춘다. -
정상을 코앞에 두고 만나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로프를 잡고 통과하고 나서부터는 호흡조절을 잘해야 한다.
-
사투 끝에 만나는 슬랩지대와의 황홀한 랑데부가 기다리고 있다.
-
정상 부근의 거대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의 위엄엔 어쩐지 예를 갖춰야 할 것만 같다.
-
코앞에 정상을 두고도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이유다.
-
앞에는 수백 년 뿌리를 내린 큰 어른이 계시고 뒤에선 정상의 거대한 선바위가 어서 오라 호령한다.
-
배낭을 집어던지고 태동씨의 도움을 받아 바위를 기어오른다.
-
발끝이 허공에 뜬 듯 저릿저릿한데 사방팔방 펼쳐지는 조망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 ▲ 수직암벽에 선각된 마애삼체불. 그 아래 차고 맑은 석간수가 솟는다.
-
여러 개의 바위가 포개진 듯 서 있고 정상석 가까이 있는 바위들은 흡사 낙타의 등을 연상케 한다.
-
산에 든 지 두어 시간 만에 만나는 풍경으로는 실로 분에 넘친다.
-
산행 경력이 일천한 김윤재씨가 도명산 정상에서 벅차게 맞이하는 기쁨과 감동을 풀어놓는다.
-
여기에 산행을 권한 사람까지 합세한 탄성이 멈추질 않는다.
-
또 한 사람 버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건져낸 것 같기도 하다.
옅은 연무 속에서 멀리 동쪽으로 대야산과 청화산 능선이, 북으로는 군자산 능선이 보인다. -
뒤로는 낙영산 공수부대의 암릉 유격장이 눈부시다.
-
정상석 앞 남쪽으로 세워진 도명산 경관 안내판에 소개된 산봉우리 이름들을 확인하며 먼 산의 봉우리 이름들을 하나하나 꿰맞춰 본다.
-
왼쪽으로 낙영산과 남산, 오른쪽으로 속리산 자락인 묘봉과 상학봉, 덕가산과 코뿔소바위,
-
금단산과 조봉산 연봉들을 퍼즐 맞추듯 하고 나서야 비로소 햇살을 피해 휴식을 취한다.
정상의 너럭바위 한가운데를 반으로 쪼개놓은 틈으로 뿌리가 굵어버린 노송 사이를 지나 바위 끝에 앉아 산그리메를 바라본다. -
전날 밤 장 그르니에의 <섬>에서 거푸 읽었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
문득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 물질이나 명예를 얻은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닌 어떤 풍경들, 내게는 산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그렇다. -
일상에 짓눌려 호흡이 가빠질 때마다 벗과 함께, 혹은 홀로 달려가 만나는 산의 풍경들, 심산(深山)의 안개 속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그랬다. 산길에서 홀로 만나는 길가 나무들은 얼마나 정답고 미더웠던가.
-
큰 산은 큰 산대로, 작은 산은 작은 산대로 산을 호흡하고 오면 석 달 열흘은 씩씩하게 살아낼 것 같은
-
믿음과 확신으로 에너지가 충전되곤 한다.
.
.-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학소대 방향으로 내려선다.
-
화강암봉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의 자태에 좀처럼 걸음을 떼지 못한다.
-
가파른 철제계단과 나무계단을 내려선 삼거리에 공림사와 학소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
공림사로 내려가고픈 유혹을 떨치고 예정대로 학소대 방향으로 접어든다.
-
거대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 바위벽에 갇히고 만다.
-
수직으로 버티고 선 30m 암벽에 삼체미륵불(충북유형문화재 제140호)이 선각되어 있다.
-
미륵불이 새겨진 암벽 아래 석간수가 솟는다. 물이 유난히 차고 달다.
-
주변 낙영사터는 무속인들이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리던 곳이었으나 이제 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
고개를 한껏 뒤로 꺾어 삼체미륵불을 눈에 담고 바위 틈을 빠져나가면 오른편으로 희미해진 낙영사 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학소대 하산길에서도 탄성은 멈추지 않는다. -
건너편 낙영산 유격훈련장의 흰 암반을 배경으로 기차바위와 코끼리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
기차바위는 우주로 향하는 은하철도 같은데 메텔과 철이는 보이지 않는다.
-
노송이 숲을 이룬 암벽허리에 설치된 철제난간을 지나면 이번엔 하늘을 찌를 듯한 참나무 숲이 펼쳐진다.
-
학소대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 얼마든지 길어도 좋겠는데
-
계류를 가로지른 학소대교가 성큼 달려들며 오늘 산행의 종료를 알린다.
- ▲ 정상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난장이바위솔.
- ▲ 정상부 직전의 바위굴. 마치 하늘로 통하는 문 같다.
- ▲ 능선의 바위 전망대 뒤로 길쭉한 기차바위가 보인다.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은하철도 999 같다.
- ▲ 송시열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암서재.
-
산행길잡이
○ 화양3교~첨성대~정상~마애삼체불~학소대~주차장 <원점회귀 3시간 소요>
○ 학소대~삼체미륵불~정상~삼거리~공림사 <4~5시간 소요>
주차장에서 화양구곡을 거슬러 올라 화양3교 직전에 오른쪽 데크를 들머리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내 이정표가 나타난다. -
첨성대를 거치는 코스와 도명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
이 두 길은 정상을 1km 앞둔 마지막 안부에서 합류한다.
정상을 거쳐서 삼체미륵불과 낙영사터, 장군바위를 지나 학소대로 하산해 화양구곡을 따라 내려가면 화양분소 주차장이다. -
정상에서 공림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그리 험하지 않고 아름답다(산행시간 4시간).
-
천년 느티나무가 아름다운 공림사 아래 사담마을에서는 택시나 버스 이용이 수월하다.
산행을 하지 않아도 화양동 주차장에서 화양구곡을 옆으로 끼고 자연학습원까지 걷는 왕복 10km 역시 아름다운 산책로다. -
암서재 앞 계류에 가로놓인 간이 철다리를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철거해 버려 현재는 암서재를 볼 수 없다.
-
송시열의 숨결이 느껴지는 암서재를 보려면 채운사를 통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 ▲ 정상부 암릉의 허리를 휘돌아 설치된 철계단.
-
교통
○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양동까지 하루 3회 운행.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
청주 가경터미널에서 하루 8차례 운행하는 화양동 행 시외버스는 1시간 20분 소요.
○ 승용차
중부고속도로→증평IC→청천면→화양동(증평에서 40분 소요). -
혹은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나와 32번 지방도로 이용 가덕→미원→37번 국도 이용.
-
영동고속도로 여주 방면에서는 충주를 거쳐 괴산IC로 진출한다. 화양동주차장 주차료 5,000원.
- 숙식 (지역번호 043)
인근 숙소는 화양민박(832-4392), 화양유스호스텔(832-8801), 보람원(833-1711) 등이 있다. 맛집으로 화양식당(832-4392)이 있다. 민물고기매운탕과 직접 채취해 조리한 손 도토리묵 요리가 일품이다. 그밖에도 도원리 한방오리백숙과 올갱이국을 하는 신토불이식당(832-5376), 송어, 향어회, 멧돼지, 오리주물럭을 하는 금평삼거리 우정가든(832-4080)이 있다.
/ 글·사진 차은량 수필가. 산문집 <꽃멀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