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보
변산 어수대
자연에 동화된 로드킹
2012. 4. 19. 12:22
- 천년 옛절에 님은 간 곳 없고 어수대 빈터만 남아 있네…
23년 만의 개방 코스 어수대~ 쇠뿔바위~청림마을 5.9㎞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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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변산.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깊고 푸른 숲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안과 산지를 동시에 끼고 있는 해안·산악형 국립공원이다.
해안 쪽의 외변산은 수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채석강과 노을이 아름다운 적벽강, 바다의 여신을 모신 수성단, 하섬의 싱그러운 바닷길, 그리고 격포항까지 바다의 생명력이 넘친다. 내변산은 기암괴석의 절묘한 산봉우리들, 직소폭포와 궁내곶, 낙조대, 천년고찰 내소사와 개암사·월명암 등 은은한 역사의 향기가 흐른다. 외변산과 내변산, 해안절경과 내륙비경으로 천의 얼굴을 가진 변산이다.
- ▲ 도로에서 본 쇠뿔바위. 실제 소의 뿔같이 생겼다.
- 변산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며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 또는 능가산( 加山)이라 하여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변산에 지난 5월부터 새 등산코스 4구간이 개통됐다. 세봉~인장암까지 1.5㎞, 감불~만석동~개암사까지 10.3㎞, 고사포~죽막까지 2.9㎞, 어수대~쇠뿔바위~청림마을까지 5.9㎞ 4개 코스가 등산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1988년 변산반도국립공원 지정 직후 폐쇄된 어수대~쇠뿔바위~청림마을 코스를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김영배씨의 안내로 답사했다.
출발지인 어수대에 도착했다. 출발지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뭔가 신선이 나올 듯한 포스가 느껴진다. 병풍 같은 암벽에 평평한 바위, 그 옆엔 조그만 호수 등은 신선이나 왕이 놀 만한 곳이지, 일반 서민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곳 같은 느낌이다. 어수대(御水臺), 임금이 물을 마시는 장소란 이름이다. 분위기만으로 볼 때 충분히 임금이 왔을 만하고, 왔으면 가기 싫어했을 것 같다. 어수대 위에 왕재암과 석재암이란 절이 있었다고 전한다. 〈동국여지지〉에 ‘신라왕 김부(경순왕)가 서쪽으로 순행하여 이곳에 이르렀다가 즐거워 돌아가기를 잊었다. 그래서 왕재(王在), 석재(釋在), 어수(御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순왕이 이곳에서 3년이나 머물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지만 기록에 있는 얘기다.
바로 그 옆엔 시비도 하나 있다. ‘천년 옛절에 님은 간 곳 없고 / 어수대 빈터만 남아 있네 / 지난 일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 바람에 학이나 불러볼까나’
- ▲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쇠뿔바위라고 불리는 바위 위를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 시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시 끝에 조그만 글씨로 매창이라고 되어 있다. 매창이 누구인가? 조선시대 기생으로서 4대 여류시인에 속한 인물 아닌가. 기류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38세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당대의 문장가들과 사귀며 주옥같은 시가를 남겼다. 허균 등과 서문을 주고받은 것으로 기록에 전한다. 죽은 뒤엔 고을 현리들이 그녀의 시집 <매창집>을 출간할 정도의 인물이었다.
초입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빼어난 자연에 왕과 최고의 기생, 시대를 거슬러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남긴 흔적이다. 주변을 죽 훑어보니 영락없는 명당이다. 풍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감탄할 만한 산세와 지형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왕이 3년이나 놀다 갔고, <정감록>에서도 변산 동쪽의 길지로 통하는 바로 그 땅이다.
조선 4대 여류시인이자 기생 매창 시비도 있어
다시 한 번 두리번거리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인지 아직 등산로가 반들반들 하진 않다. 바닥의 돌들이 투박스럽다. 이정표는 ‘쇠뿔바위 3㎞, 청림마을 5㎞’라고 쓰여 있다. 등산로 고도가 잠시 완만하다 싶더니 이내 가팔라졌다.
5월 초에 개통했는데 벌써 많은 산악회가 다녀간 듯 깨끗한 리본이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걸려 있다. 전국의 각종 산악회 이름이 다 나온다. 원래 나무들이 많아서 그런지 숲도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 ▲ (위)쇠뿔바위 하산길에서 바위 옆으로 난 등산로로 등산객이 지나고 있다. (아래)악산이지만 참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자주 만날 수 있다.
- 어수대에서의 GPS고도가 불과 100m도 안 된 상태에서 계속 급경사로 오르고 있다. 겨우 한 능선이 나온다. GPS로 보니 311m다. 200m 이상을 줄곧 올라왔다. 등산로는 거의 외길 수준이다. 초반 어수대에서 여러 갈래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듯했지만 조금 올라와서는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없다. 길을 안내하는 공단 김영배씨가 설명한다.
“어수대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에는 묘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묘지 주인들이 자주 벌초를 하기 때문에 길이 나 있는 것이고, 등산로는 아닙니다.”
조금 더 오르니 능선 한쪽에 묘지 한 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높은 곳에 운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 있을까 싶다.
이제부터는 조금 완만한 능선이다. 서서히 오르다 보니 400m 고지도 어느덧 지나쳤다. 휴일이라 등산객들이 북적거렸다. 서쪽 반도에 있는 산인데도 경상도 말씨가 자주 들렸다. 거제에서 왔다고 한다.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바위가 나온다. 저 멀리 부안호 뒷자락을 살짝 비쳐준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능선줄기가 의외로 많이 보인다. 지리산 높이의 절반조차 안 되지만 ‘작은 지리산’같이 능선이 겹겹으로 쌓여 있다. 〈정감록〉의 숨어 지낼 만한 곳으로 꼽는 이유를 알 만했다. 공단 김영배씨도 거들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의외로 조난당하는 등산객들이 많습니다. 낮다고 쉽게 봤다가 한참을 헤매다 하루 지나서 기진맥진해서 구출되는 등산객이 매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500m도 안 되는 산에서 조난이라, 과연 그럴까 싶기도 했지만 실제 구출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
전망바위 바로 그 옆에 또 묘지 2기가 있다. 거의 정상에 다다랐는데 여기까지 묘를 쓰다니 정말 예사롭지 않다. 웬일일까? 묘지 주변으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능선인데도 나무가 많아 계속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 천년 옛절에 님은 간 곳 없고 어수대 빈터만 남아 있네…
23년 만의 개방 코스 어수대~ 쇠뿔바위~청림마을 5.9㎞ 답사 -
- 정상 봉우리에 도착했다. GPS로 485m를 가리켰다. 내변산의 최고봉 의상봉(509m)이 바로 맞은편에 있다. 비슷한 눈높이의 정상에 군부대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상봉은 마천대라고도 하며,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가 이곳에 절을 세워 의상사라고 해서 의상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잠시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의상암을 노래한 고려시대 김극기의 시 ‘의상암’을 감상해 보자. 그는 입만 열면 바로 문장이 되고 시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민첩 기암은 하늘 높이 비꼈는데 / 구름 밖에 이르니 길이 막히네 / 의상대사 남긴 여운 이리도 좋아서 / 하늘 높이 자란 잣나무 밤바람을 노래하네’
쇠뿔바위 명칭은 소의 뿔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
쇠뿔바위도 발아래 보인다.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쇠뿔바위라고 한다는데 정상에서는 아무리 쳐다봐도 쇠뿔인지 알 수 없다. 맞은편 도로에서 마주보고 있으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쇠뿔바위는 소가 앉아 있는 모습의 좌우 두 개의 뿔이다. 그러면 지금 소의 목 위치쯤에 서 있는 셈이다. 김제에서 부안군청을 지나 통정리에서 넘어오는 곳에 ‘우슬재’라는 고개가 있다. 소의 무릎고개라는 말이다. 그곳이 누워 있는 소의 무릎이고, 쇠뿔바위가 머리쯤 된다.
- ▲ (위) 변산마실길의 국립공원 구간 내에 있는 코스를 돌아보고 있다. (아래) 쇠뿔바위 봉우리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저 멀리 우금바위와 부안호가 어설프게 보인다.
- 번쩍 떠오르는 게 있다. 그럼 소의 가슴·배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어수대와 지금 계속 오르고 있는 능선길이다. 어미 가슴같이 따뜻하고 전망 좋은 곳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명당’인 것이다. 이제야 묘지가 계속 있었던 이유가 이해됐다. 근처에 묘지 한 기가 또 보인다.
<정감록>에서 명당으로 꼽은 지역인 청림마을도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의상봉 반대편으로는 우금암(우금바위)도 보인다. 시인들이 ‘우금암’이란 이름을 바위벽에 새겨놓았다고 한다. 바위의 동쪽에 성첩(城堞)과 장대(將臺)가 있다. 옛날 묘연 왕이 이 골짜기에 숨어들었는데, 우씨(禹氏)와 김씨(金氏) 두 장수가 묘연 왕을 무찔렀다고 해서 우금암이라고 했다고 한다. 백제 멸망 이후엔 그 후손들이 우금암을 중심으로 우금산성을 쌓아 부흥운동을 벌인 본거지였다. 많은 역사가 서린 곳이다.
정상 주변뿐만 아니라 가만히 살펴보니 내변산 대부분이 악산(嶽山)이다. 악산은 기본적으로 기도발이 잘 받는 곳이라고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에 나온다. 하긴 여기도 명당에다가 몇몇 종교의 성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분명 명당은 명당인가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쇠뿔바위에 올라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쇠뿔바위는 출입금지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모두들 줄을 넘어갔다. 소의 머리 위에서 다들 기념촬영하고 되돌아왔다. 이정표엔 ‘어수대 3.0㎞ →, 청림마을 2.0㎞ ↑’로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고 있다.
청림마을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갑자기 급경사를 이룬다. 보조 밧줄이 걸려 있지만 대부분 등산객들은 한 번씩 미끄러졌다. 밧줄을 잡아도 미끄러질 정도다.
가끔 더덕 캐는 사람들이 있다. 하긴 몇 십 년 동안 잠겨 있던 문을 최근 개방했으니 산나물이 천지로 널려 있을 법하다.
새재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도 묘지가 여기저기 있다. 새재에 도착했다. 새가 넘어간다는 조령(鳥嶺)이다. 고갯길에 많은 이름 중의 하나가 새재다. 문경새재는 높아서 새도 쉬어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이곳은 별로 높지도 않은데 새재란 이름으로 부른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청림마을 0.3㎞↑, 쇠뿔바위 1.7㎞·어수대 4.7㎞ ↓’ 이정표가 붙어 있다. 청림마을에 거의 다 왔다. 등산로는 무난하다. 새재에서 중계교로 가는 등산로도 개통됐으나 아직 완전히 정비가 안 됐고, 간혹 위험한 등산로가 나와 아직 권하지 않는다고 동행한 김영배씨가 말했다.
마을이 가까워오자 약재로 쓰는 강황과 오가피나무 군락지가 있다. 새순은 쌈으로 먹기도 한다.
마을은 한가하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명당이지만 유난히 화(禍)를 많이 입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마 지리산같이 높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화를 입고도 가는 곳마다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와 도 지정 문화재가 54종 370여 점에 이를 정도다.
변산에 널린 게 역사 유적이고 문화재인 셈이다. 차분히 다시 한번 돌아보고픈 그런 산이다. 명당과 풍수에 대해서도 이 산을 통해 더더욱 알고 싶어진다.
변산 8경, 개암사 주변 ‘개암고적’ 등산로도 개통
지난 5월부터 개통한 변산의 새 등산로는 모두 4개 코스다. 엄격히 말하면 내변산 3개 등산로에 외변산 1개 걷기코스다. 어수대~쇠뿔바위~청림마을까지 5.9㎞와 세봉~인장암까지 1.5㎞, 감불~만석동~개암사까지 10.3㎞ 등이 등산로이고, 고사포~죽막까지 2.9㎞는 변산마실길 중의 한 구간이다.
- ▲ (위) 암벽 봉우리 위에서 우금암을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들. (아래) 인장암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서 내변산 전체를 살펴보고 있다. '작은 지리산'이라 할 만큼 야트막한 산들이 첩첩이 쌓여 있다.
- 세봉~인장암까지 1.5㎞ 등산로는 짧지만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왜냐 하면 정상 봉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곳까지 올라가려면 웬만한 등산로 수준의 거리가 된다.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왼쪽에 있는 봉래구곡 위에 놓인 가마소삼거리 방향 나무다리를 건너 인장암~인장암삼거리~세봉삼거리에서 내소사 일주문으로 내려오는 등산로다. 여기서 새로 개통된 구간을 정확히 표현하면 인장암삼거리~세봉삼거리까지다.
봉래구곡에서 내변산 쪽으로 바라 뵈는 인장암은 꼭 도장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었다. 일반 등산객은 올라갈 수도 없는 곳이다.- 새로 개통된 코스라 그런지 등산객들은 별로 없고 등산로는 마치 숲속의 정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늑하다. 전망도 좋다. 주로 능선으로 걷는 등산로라 양쪽 조망이 모두 가능하다. 세봉삼거리에서 내소사로 빠지지만 세봉 정상까지는 0.4㎞, 20여 분 더 가면 된다. 정상이라고 해서 별 다른 건 없다. 정상 비석도 없다. 단지 세봉 정상이라는 기분문제일 뿐이다. 이 코스는 가을과 봄철 산불방지기간엔 통제된다.
감불~만석동~개암사까지 10.3㎞ 코스는 기존의 임도를 등산로로 바꿔서 개통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박철희 과장은 “이 코스도 고시는 했지만 등산객들에게 권할 만한 등산로는 아니다”며 “변산엔 기존 훌륭한 등산로가 많기 때문에 굳이 이 등산로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임도이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등산객들이 다닌 흔적도 없다. 그 흔한 리본조차 보기 힘들 정도고 새들만 지저귀고 있을 뿐이다.
한참을 넘어가니 ‘감불재’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다시 한참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맞은편 산봉우리가 절반쯤은 돌을 깎아내고 절반쯤 남았다. 박 과장은 “새만금방조제를 놓을 때 밑돌로 사용한 돌”이라고 한다.
만석동마을이 나오고 다시 산으로 진입이다. 임도는 계속된다. 아무도 손 대지 않은 듯한 대나무 군락이 나온다. 대나무들이 넘어져 썩은 것들도 있고, 이들이 길을 막고 있을 정도로 많다.
우금암이 바로 앞에 보이는 쉼터에 월정약수터가 있다. 얼마 전까지 등산객들이 마음 놓고 마셨다고 하나 지금은 ‘부적합’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개암사 체육공원과 주차장을 거쳐 개암사에 도착하면 바로 뒤에 변산의 많은 전설을 간직한 우금암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개암사를 배경으로 우금암을 촬영한 사진이 부안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어울리는 장면이다. 변산 8경 중 8경에 해당하는 개암고적이 바로 이를 말한다. 등산로는 개통됐지만 단순히 걷는 차원 외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 같다. 개암사와 우금암 주변을 둘러보는 등산코스는 괜찮아 보인다.
변산마실길 66㎞ 중 하섬~명승 적벽강까지가 국립공원 구간
- ▲ 새로 개통한 등산코스 중에 있는 인장암. 바위 모양이 꼭 도장같이 생겼다 해서 붙은 명칭이다.
- 변산에도 걷는 길이 있다. 전국의 걷기 붐에 따라 ‘변산마실길’이란 이름으로 길을 만들었다. 총 66㎞다. 이를 4개 구간으로 나눴다. 1구간은 새만금전시관~격포항까지 18㎞가 해당한다. 6~7시간가량 걸린다. 이를 특징별로 3개 코스로 다시 구분했다. 1코스는 새만금전시관~곤충체험관~군산대수련원~대항리패총~팔각정~변산해수욕장~송포포구까지 ‘대항리패총길’ 5㎞이고, 2코스는 송포포구~사망마을 해변~양식장이 있는 고사포 해변~고사포해수욕장~성천포구까지 사망(士望)길 6㎞, 3코스는 성천포구~유동마을~하섬전망대~격포자연관찰로~적벽강~격포해수욕장~격포항까지 ‘적벽강 노을길’ 7㎞다.
이 중 3코스가 바로 국립공원지역에 해당한다. 변산반도의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하섬을 내려다보면서 걷는다. 변산 해변도로 주변엔 자전거길을 따로 만들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명승 적벽강과 채석강을 거쳐 방풍림으로 조성한 천연기념물 후박나무도 감상할 수 있다.
2구간은 격포항에서 모항갯벌체험장까지 14㎞를 걸으며 다양한 체험거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개 코스로 나눴다. 1코스는 격포항~격포봉화봉~이순신 촬영 세트장~상록해수욕장~솔섬까지 ‘궁항너머 솔섬가는 길’ 5㎞이고, 2코스는 솔섬~갯바위낚시터~모항해수욕장~ 모항갯벌체험장까지 ‘모항갯벌체험길’ 9㎞다.
3구간은 모항갯벌체험장~곰소염전까지 23㎞며,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문화재길이기도 하다. 3구간 1코스는 모항갯벌체험장~쌍계재~마동방조재~작당마을~ 왕포마을까지 ‘아홉구비 돌아가는 길’ 11㎞이고, 2코스는 왕포마을~관선마을~내소사~곰소항~ 곰소염전까지 ‘제방따라 청자골 가는 길’ 12㎞다.
4구간은 곰소염전~~구진마을~신활마을~호암마을~ 줄포자연생태공원까지 11㎞이며, 유천도요지와 염전 등 어촌마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지역이다. 특히 람사르갯벌습지와 자연생태공원이 있는 해안생태계를 탐구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탐방가이드
2010년 ‘새만금특수’로 변산탐방객 크게 늘었지만 올해 다시 줄어
지난해 새만금 방조제 개통 이후 변산반도 탐방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0년 한 해에 총 408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탐방객이 176만 명이었으니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설악산 380만 명, 지리산 304만 명보다 많은 것으로, 20개 국립공원 중 북한산 850만 명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올해 다시 ‘새만금특수’ 효과가 반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4월 현재, 2009년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2010년보다는 다시 약 20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변산사무소는 다시 탐방객을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등산로와 걷기길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개통한 3개의 등산로와 1개의 걷기길도 그 일환이다.
변산에 총 14개의 등산로가 있다. 이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변산반도를 찾으면 된다. 문의 변산반도사무소(063-584-8186 또는 582-7808), 부안관광사무소(063-580-4434), 광안내소063-580-4734), 새만금 관광안내소(063-581-6292).
교통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하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부안IC나 줄포IC로 나와 부안으로 진입하면 된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부안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하루 17차례 왕복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50분. 요금은 1만3,700원이다.
부안터미널에서 내려 내변산이나 외변산으로 진입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조금 불편하다. 부안에서 사자동 내변산까지 가는 버스는 6시 30분, 8시 15분, 10시 05분, 12시 10분, 14시 10분, 18시 05분, 19시 45분 하루 7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30~40분가량. 사자동 내변산에서 부안행 버스는 들어온 버스가 6차례만 나간다.
맛집 부안의 대표적 맛집은 바지락죽이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서 변산온천 조금 못미처 원조바지락죽집(063-583-9763 또는 584-9994)은 처음 온 사람에게는 가히 감동적이라 할 정도로 맛이 좋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 음식점이다. 그곳에서 바지락을 까는 할머니는 거의 달인 수준으로 손이 빠르다.
- 새로 개통된 코스라 그런지 등산객들은 별로 없고 등산로는 마치 숲속의 정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늑하다. 전망도 좋다. 주로 능선으로 걷는 등산로라 양쪽 조망이 모두 가능하다. 세봉삼거리에서 내소사로 빠지지만 세봉 정상까지는 0.4㎞, 20여 분 더 가면 된다. 정상이라고 해서 별 다른 건 없다. 정상 비석도 없다. 단지 세봉 정상이라는 기분문제일 뿐이다. 이 코스는 가을과 봄철 산불방지기간엔 통제된다.
- 정상 봉우리에 도착했다. GPS로 485m를 가리켰다. 내변산의 최고봉 의상봉(509m)이 바로 맞은편에 있다. 비슷한 눈높이의 정상에 군부대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상봉은 마천대라고도 하며,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가 이곳에 절을 세워 의상사라고 해서 의상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잠시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의상암을 노래한 고려시대 김극기의 시 ‘의상암’을 감상해 보자. 그는 입만 열면 바로 문장이 되고 시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